문화소비에 대한 자아성찰
본문 바로가기
일상 및 책 리뷰

문화소비에 대한 자아성찰

by 제주 알리미 2020. 1. 12.
728x90

서귀포시 남성마을 삼매봉 자락에는 도서관도 있고, 미술관도 있고, 예술의 전당도 있다. 책도 읽고, 그림도 보고, 공연도 보고 문화를 향유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이다.

나는 일주일에 3일 이상 이곳을 찾는다. 덕분에 우연찮게 핫한 전시회를 볼 기회도 생기고, 지방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공연을 볼 기회도 얻는다. 그런 연유로 나는 내심 문화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자인하고 있었을 것이다.

문화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가구의 특성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 공급 특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예술의 전당 옆 미술관에서 하루 종일 봉사를 하고 있는 날이었다. 그날따라 미술관에는 손님이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관 전시를 보다말고 시간에 늦는다며 잰걸음으로 미술관을 빠져나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은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조성진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었다.

 예술의 전당 주차장은 물론 주변의 도로변까지 차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사람들의 한바탕 호들갑을 보고 나서야 내가 아주 중요한 공연을 볼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요즘 너무 핫해서 그의 공연은 늘 매진이고, 매 공연마다 암표가 나돈다는 이야기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처럼 핫한 공연을 지척에 두고도 그 공연을 볼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내 관심 분야도 아니었고, 취향도 아니었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상실감은 그 다음에 왔다. 그 공연을 본 지인들의 후일담에 끼지도 못했고,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공연 관람 후기를 보면서 내 공감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문화를 일반적 수준을 뛰어넘는 교양과 같은 정신적 산물로 여기는 문화 엘리트주의적인 시선에서 내 스스로가 자유롭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소비는 감정이다> 영상에 나온 쇼핑은 사실은 감정이다.’ ‘감정마케팅이 사실은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라는 멘트가 자꾸만 귓전에서 맴돌았다. 개개인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문화소비로 이어진다고 보고 서로 간의 인간관계를 추론하는데 유용하게 작동한다.

취향에 있어서 고상한 음악을 즐기는 친구는 음악적 소양이 더 뛰어나다는 취급을 받는다. 음악적 취향을 저급, 고급으로 나누면서 음악적 소양을 판단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긴 하다.

오늘날 아이들이 부모의 구매행동에도 영향을 준다. 조르기의 힘이다.’ 이 대목도 익히 알고 있고, 공감하는 바였지만, ‘맞아! 그렇지!’ 맞장구치며 영상을 보았다이 가설은 마트에서, 장난감 가게에서 뿐만 아니라 미술관이나 공연장 관람에서도 적용된다.

미술관에서는 해마다 5월경이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미술작품들로 전시회를 마련한다. 그러면 아이들을 앞세워 다른 때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들이 미술관을 찾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마련해 놓으면 어른들도 오게 되어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실감하고 있다.

문화 소비자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단순한 상품을 넘어 상품에 반영된 문화까지 소비하는 사람. 이들은 각각의 문화적 성향을 지니며 선택적 문화생활을 향유한다.’고 정의 되어 있다.

나는 어떤 문화소비자일까? 영상에서는 우리의 행동 중에서 95% 이상이 무의식이고, 무의식이 대부분을 결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근대를 거치면서 소비는 개인의 기호를 반영하는 차원이 되었다. 사물에는 그 용도를 넘어서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하는 어떤 이미지가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현재에는 소비 그 자체가 문화적인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 되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상류층의 고급문화를 선망한다. 그 때문에 사람들의 소비를 할 때 욕망이 분출되는 소비 패턴을 가지게 되는 결과로 작용하는 것일 것이다.

커피가 마시고 싶은 나른한 오후,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스타벅스로 향하는 나를 발견했다. 내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강한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애써 과소비나 중독 소비는 아니라고 자위하면서도 내 안에 무의식이 지배하는 소비 패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의식은 못하고 있지만 나의 소비 패턴 중 많은 부분이 그럴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문화는 브랜드다.  소비는 개인의 기호를 반영한다. 인간은 어떤 양식이나 방법을 취사선택할 수 있고 나름대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를 가진다<소비는 감정이다>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서 나의 소비성향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다. 앞으로의 내 소비 패턴에도 어떤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렘과 기대를 가져본다.

물질에 대해서 우리가 돈으로 쓰는 소비보다는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삶의 경험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오래 기억하고 훨씬 더 그 행복감도 지속된다.’

소비자로서 올바른 소비를 위해서는 자존감이 중요하며, 소비자로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내가 조종당하는 것을 아는 것이라는 영상 말미에 나온 내용들도 되새김해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