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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이야기/제주 풍속, 문화, 생활, 여행

신들의 임무를 교대하는 ‘신구간’

by 제주 알리미 2020.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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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신구간(新舊間)`이라고 불리는 기간이 있다.

신구간은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신구 세관교 승기 간(新舊歲官交承期間)`의 줄임말로 제주를 대표하는 오랜 풍습이다.

제주는 신들의 고향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토속신이 있다. 그 수가 18천여에 이를 정도다.

생명의 신 삼승할망’, 사랑과 농경의 신자청비’,  농경의 여신백주또’,  대문을 지키는 ‘무전신’, 장독대의 장맛을 좋게 만드는 ‘철륭신’,  집안 지킴이성주신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이 집을 지켜준다고 믿는다.

신구간은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는 기간이다.

신들은 이 기간 옥황상제에게 한 해 동안 일어난 일을 보고하고 새로운 업무를 부여받는다. 제주 도민들은 신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이 기간에 이사하거나 집수리를 해도 동티(신의 성냄으로 인한 재앙)가 나지 않는다고 믿었다.

신구간은 24절기의 하나인 대한 이후 5일째부터 입춘 전 3일까지다. 125일부터 21일까지다.

신구간은 묵은해를 마무리하고 정리함과 동시에 새해 농사를 시작하는 입춘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과거 제주도민들은 신구간만 되면 이삿짐을 꾸렸다. 이사를 나가는 사람은 짐만 챙겨 대충 정리한 뒤 얼른 사라지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소금과 팥을 뿌려 잡귀를 쫓고 집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서 살림을 시작했다.

1년 치 집값을 한 번에 내는 사글세가 제주에서 유독 성행한 것도 신구간 때문이다. 사글세로 신구간에 입주해 1년 후 재계약을 하거나 신구간에 맞춰 다시 이사를 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최근들어 1인 가구 증가 등 주거형태가 변하고 이주민이 많아지면서 예전 같은 신구간 특수를 찾긴 힘들지만 여전히 상당수 도민들은 다른 날보다 신구간에 맞춰 이사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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